저는 집에 들어온 후 습관처럼 TV를 틀었습니다. 적막함이 싫었고, 무엇보다 습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TV에 시간을 빼앗기기 싫었습니다. 티비보는 시간에 독서를 하거나 잠자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3개월만에 다시 TV를 설치했습니다.
TV를 치워버린 이유
시간
TV에 뺏긴 시간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평균 TV시청시간은 2시간이라고 합니다. 저는 TV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티비를 보며 보내는 시간이 의미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 시간을 독서와 가족과 대화로 채우고 싶었습니다.
돈
대부분 통신사를 통해 인터넷과 IPTV가 함께 가입돼 있습니다. 저는 매달 나가는 케이블 수신료도 아까웠습니다. TV를 없애면 매달 몇 만 원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통신사의 해지방어를 뚫고 IPTV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소음
TV에 나오는 예능, 뉴스, 드라마는 모두 광고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즉, TV를 보면 나도 모르게 보기 싫은 광고도 억지로 봐야 합니다. 시청률을 올려야 높은 광고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점점 자극적인 소재를 다룹니다. 그러한 내용에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 TV를 없앴습니다.
TV가 없으면 좋을 거라는 착각
시간
TV를 없애니 시선을 빼앗길 곳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책을 폈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내가 퇴근 후 자기개발을 못했던 이유는 TV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저의 게으름을 인정하지 않고 애꿎은 TV로 탓을 돌리려 했습니다.
돈
한 달에 수신료 몇 만 원은 아꼈지만 생활에 변화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TV를 보지 못해서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을 결제해서 보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제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은 유퀴즈온더블록, 지구오락실, 나혼자산다 등 입니다. 모두 TV로 본방사수만 하면 볼 수 있었습니다.
소음
TV에 나오는 자극적인 콘텐츠 때문에 치워버렸지만 OTT는 더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TV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은 최대한 객관적인 내용을 다룹니다. 하지만 OTT 콘텐츠는 PD의 주관적인 견해로 제작되기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내용을 받아드리기 쉽습니다. 자극적이긴 하지만 팩트만을 다루는 TV 뉴스가 그리워졌습니다.
적막함..
1인 가구라면 사람의 말 소리가 그리워집니다. 그 부분을 TV가 채워줬지만 막상 없애고 나면 아쉽습니다. 또한, 집에 손님이라도 찾아오면 TV라도 틀어야 어색함이 덜합니다. TV에서 나오는 내용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TV가 없으면 생기는 가장 큰 단점
스포츠 중계를 못 봅니다. 저도 TV를 없애기 전에 생각하지 못한 단점이었습니다. 티비가 없는 지인들도 마찬가지었습니다. 집에 TV가 없으니 국가대표 축구경기나 올림픽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해서 아쉽다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TV를 없애고 3개월 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렸습니다. 저는 평일에 쉬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낮에 열리는 경기가 무척 보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네이버TV나 유튜브를 통해 스마트폰으로도 경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중계권 때문에 지상파 3사 또는 쿠팡플레이 같은 일부 방송사에서만 중계를 해줬습니다.
또한, 스포츠 경기는 자고로 큰 화면에서 봐야 제맛입니다.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보면서 선수 응원도 하고 욕도하면서 봐야 재밌습니다.
3개월만에 TV를 재설치하다
해지할 때 절대 TV를 안 보겠다고 통신사에 큰소리 친 상태라 다시 설치한다고 말하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습니다. 즐겨보는 예능은 본방사수만 해도 충분했고 스포츠 경기는 지상파에서 대부분 중계해줬습니다. 그래서 그냥 이마트에서 만 원짜리 TV연결 동축케이블을 사서 꽂았습니다.
TV를 다시 설치하고 아시안게임, 프로야구,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마음껏 볼 수 있었습니다. TV수신료는 한 달에 2500원밖에 안 하니 부담이 없습니다.
글 제목처럼 TV를 없앴다고 모두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없애려고 고민하신다면 저의 경험을 참고하셔서 후회 없는 선택 하시길 바라겠습니다.